고요한 공간 속 일상의 변주 : 이정민 _INTERVIEW
이정민 작가는 홍익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작가는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이용한 애니메이트 작업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관련된 공간에 대해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소한 일상의 경험에서 시작하는 작가의 작업은 주관적인 시간의 흐름과 공간에서 사물이 특별하게 인식된 순간을 포착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2005년 아트센터 나비 ‘프로젝트 아이’, 2007년 두산 갤러리 ‘그녀의 방’, 2008년 성곡미술관 ‘Everyday art’등에 참여하였고 2008년 금호미술관에서 ‘In and Around’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연 후에 2012년 No.45 Kumho Young Artist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현재는 미디어를 이용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평면으로 작업을 풀어 보고 싶어 렌티큘러를 이용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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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입체적인 작업이 아닌 평면적인 이미지 작업을 하게 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가 학교에 다닐 당시 조소 작업은 부피가 커서 무겁고 사용하는 재료들도 몸에 안 좋은 것들이 많아 힘든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수업 방식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조각은 전공 시간에만 하고 평면, 영상 등 다양한 복합 매체를 다뤘는데 이러한 경험은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표현할 때 조각에 한정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영상 작업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태원부군당_powerpoint animation_3분2초_2012
Q3. 그럼 반대로 조소를 전공하신 부분이 영상에 드러나는 점이 있을까요? 공간을 주제로 다루고 작품 내부의 공간의 조형적인 부분도 존재 하니까요.
조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덩어리들이 드러납니다. 아무리 빨리하고 싶어도 시간이 쌓여서 완성되는데 이러한 방법론이 습관이 되어 평면 작업에서도 조각적으로 쌓여서 완성되는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즉흥적이고 순차적 순서의 예외가 있는 작업 보다는 과정이 보이는 작업을 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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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영상 작업을 하는 전문적인 프리미어나 에프터이펙트 등 다양한 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젠테이션에 많이 쓰이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한 영상 작업을 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앞서서 말했듯이 다른 매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영상 작업을 하고 싶은데 전문 툴 중에 능숙하게 다루는 툴이 없었습니다. 4학년이 되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일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글 말고 이미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혼자 자취를 하면서 방에서 느끼는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때 시간과 공간,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사진을 이용한 시간의 움직임 작업을 진행했고 이후 저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파워포인트라는 익숙한 툴을 이용하여 영상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Q5. 일반적인 영상 작업에서 사운드는 이미지만큼이나 전체적인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운드를 사용하지 않고 이미지의움직임으로만 작품을 제작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작품의 내용적인 면도 있지만, 먼저 저는 전시 공간에서 작품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저의 성향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조용히 눈으로 느껴지는 시간성을 관람객들이 체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사운드가 들어가면 그 것이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점들을 배제 시키고 싶었습니다. 최근에는 작업이 복잡해져서 사운드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기 작업의 경우 여백이 많았고, 이러한 여백이 다양한 리듬으로 변화하는 선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적 변화를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Q6. 대부분의 작품이 5분 이내의 짧은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러한 형식을 취하는 이유가 있을 까요?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되었고 전시 환경도 영향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영상은 조각, 그림과는 달리 러닝 타임에 해당하는 시간을 온전히 작품에 머물러 있어야만 끝까지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영상 전시의 경우 꾸준히 작품을 보는 것이 어려운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저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 들을보완하고자 짧은 형태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studio series_powerpoint animation_2분 40초_2008
Q7. 모든 작품이 특정한 공간을 배경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오브제 처럼등장하는 반면에 공간은 그 자체로 주인공처럼 영상을 이끌어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요. 작가님에게 작품에 등장하는 공간들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러한 공간들이 선정되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작품에서의 공간들은 제가 경험한 주관적인 시간성을 가지는 곳입니다. 혼자 있는 저의 방에서 이러한 상대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처음 느꼈고 이러한 일상의 경험의 공간들은 저의 작업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학생 때 수업 과제로 추상적인 감정이나 현상을 표현하는 과제가 많았는데 이러한 존재하지 않는 비가시적인 개념들을 표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보다 저는 제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실제의 공간이 저에게 더욱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공간을 선택하여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의 경우 제가 많이 머무는 익숙한 공간에서 주변으로 확장되는 공간을 선택 했다면최근에는 오랜 시간 경험하는 공간 이외에도 전시를 위해 공간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평창>이 이러한 작업의 예가 될 수 있고 표현된 공간도 기존의 공간들과는 다르게 비현실적인 조합을 통해 보여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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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파워포인트를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사용함으로써 오는 한계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을 보충하기 위해서 다른 툴들을사용하시는지, 그리고 힘든 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파워포인트를 메인 툴로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는 파워포인트 툴 뿐만 아니라 일러스트와 연동해 사용 한다든지 에프터이펙트로 후반 작업을 하는 등 다른 툴도 사용하고 있지만 주된 툴은 여전히 파워포인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더 좋은 툴이 많고 다른 툴을 쓰면 더 수월하게 작업 할 수 있는데 왜 파워포인트를 쓰냐고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다른 툴들은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파워포인트의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제가 원하는 것을 적절히 표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예를 들면 파워포인트의움직임 애니메이션은 느리게, 매우 느리게, 빠르게, 매우 빠르게 등 프레임이나 숫자로 표기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체험하는 속도의 단어들로 표시되어있습니다. 저는 제가 체험 한 순간의 속도를 선택 해서 표현 하구요. 최근 파워포인트의 기능들도 업그레이드 되고 있어서 표현의 영역이 더 확장된 면도 있지만, 필요 이상의 현란한 움직임들은 자제하고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잠실야구장_powerpoint animation_2분45초_2008
Q9. 직접 경험한 공간과 시간을 작품 속에 구현하는 만큼 나름의 작업 프로세스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전체 작업 프로세스와 더불어 애니메이션상의 변화하는 이미지의 등장하는 순서와 표현 방법의 특징들은 무엇입니까?
작업의 방법은 우선 공간에 방문해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낸 후 그 때의 시간적 경험을 기억해 작업에 적용하는 순서를 거칩니다. 이때 대부분의 작업들은 이미지 상으로 시나리오 스케치가 완료 됩니다. 대부분의 작업에서 사람 시선의 반대되는 역방향은 구현하지 않으려는 편입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방향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시선의 움직임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구도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 우선 전체적인 원경을 다룰 경우 수평선을 가장 먼저 등장 시켜 이후의 상황들에 대해 예상 할 수 있도록 움직임을 구성합니다. 수평선이 등장 후에 건물이 지어지고 오브젝트들이 등장하는 순으로말이죠. 또 하나는 소실점을 기준으로 공간을 채워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뒤에서 앞으로 진행되는 이미지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공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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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0. 공간 속에는 장소에 따라 다양한 오브제들이 등장합니다. 사람마저도 오브제처럼 표현되는데요. 모든 공간의 것들이 이미지로 표현되지 않고 일부만등장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등장과 사라지는 시점의 차이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체 작업 주제에 맞춰 오브제를 선정하게 되고 공간의 경험 순서와 인상 깊은 사물을 중심으로 등장하게 되며 사람의 경우도 오브제로 등장하게 됩니다. <서울역>, <상수역>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제가 경험한 공간의 시간에서 흘러가듯 등장하며 각각의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시간의 표현에 해당하는 일반적인사람의 의미와는 거리가 있는 의미 없는 오브제들입니다. 등장과 사라짐은 제가 느끼는 개인적인 경험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며 보편적인 수치화된 시간과는다릅니다. 같은 문이 열려도 그때 그 시간의 경험에 따라 체감하는 시간은 달라집니다. 사물은 대부분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게 되며 <나의 방>의 창문이 천천히 닫히고 열리는 강조하고 싶었던 장면을 오브제로 보여줌으로써 주제로서 집중하게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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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1. 각 작품마다 화면의 비율이 다른데요. <평창>, <잠실야구장>의 경우 가로로 긴 비율을 가지는데 반해 <창문>의 경우 세로로 긴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면 비율에 차이를 두는 이유와 이것이 최종적으로 공간에 설치될 때와 관련이 있나요?
화면 비율이 각각의 작품마다 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공간의 분위가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평창>의 경우 다양한 여러 공간들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가로로 긴 비율을 가지게 되었고 <창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창으로 부터 들어오는 빛과 책장 등이 등장하기 때문에 세로로 긴비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기획 단계에서 설치 공간의 크기가 명확하게 정해져 거기에 맞게 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파워포인트로 작업을하다 보니 한번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중간에 수정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레이어가 있거나 오브젝트 개념의 그룹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를 한꺼번에줄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주어진 공간의 정확한 사이즈와 전시장에 맞는 비율로 작업이 진행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PyeongChang_powerpoint animation_2분17초_2014
Q12. 초기 작업 부터 최근 작업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이미지의 표현 방법에 변화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최소한의 선과 여백을 사용하는 초기 작업에서 세밀한 표현으로 변화하다 최근 작업에는 색의 변화를 이용한 면이 눈에 띕니다.
기존의 선과 여백을 사용하는 표현 방법이 지루해서 의도적으로 변화를 조금씩 주었습니다. 동일 한 표현에서 벗어나 최근에 나름의 큰 변화로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색의 사용입니다. 원래 색을 사용하는 것을 무서워하고 특히 원색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무채색 계열의 색을 한정적으로 사용했지만 파스텔 톤의 색으로 확장 시켜 다양하게 현재는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릿지>에서 이러한 특징을 느낄 수 있으며 더불어 색으로 사용으로 섬세한 표현의 묘사는오히려 줄어들어 균형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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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3. 작가 자신에게 작품에 표현된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용하는 매체는 어떤 의미인가요.
시간과 공간의 경험들은 저를 한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자신을 들어내게 되는데 저의 경우 직접적으로 자신을 들어내는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나에 대한 이야기는 하되 거리를 둘 수 있는 경험을 보여주는 것이 었죠. 등장하는 오브제들도 저의 개인적인물건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사물들인 것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매체는 중요하고 전부이기도 하지만 굳이 하나의 매체일 필요도 없는 양면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사용한 매체는 아니지만 작업의 의도를 표현하기에 적합하고 동시에 매몰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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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4.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8월 말에 전시가 예정되어 있고 최근 새로운 시도로 렌티큘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렌티큘러는 영상과는 다르게 정지된 평면의 작업이지만 움직임을 통해기존에 표현했던 개인의 시간성을 다른 형태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 다양한 색을 사용하여 변화를 시도할 예정이니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감사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흥미로운 작업도 기대가 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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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은솔 (더 스트림 연구원)
Edited by 한국 비디오아트 아카이브 [더 스트림]
* 본 인터뷰는 2016년 6월 30일에 진행된 한국비디오아트 아카이브 더 스트림[THE STREAM] 의 7th 스크리닝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