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_앨리스온, 2007

학부와 대학원 모두 조소과를 전공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통한 애니메이트 작업을 하고  계시는 데 특별히 미디어아트 쪽을 선택하고 작업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 작업을 하기 전에는 미디어아트라는 것이 그렇게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었어요.딱히 미디어아트에 관한 깊은 관심과 생각을 가지고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에 선택한 것입니다. 전 제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잘 표현하지 못해요. 제가 보지 않은 것,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잘 믿지 않거든요. 소문을 확인하지 않고 믿는다던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해서 고민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현재와 경험을 믿고, 그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디지털과 컴퓨터라는 툴. 이들을 이용한 미디어 작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의 경우 정말 특이하게도-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고 계신데,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사용하게 되셨나요?

우연찮게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고 있던 시기와 작업 타이밍이 겹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방에서의 사건의 기억을 그리고 재생해 봤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이 막 되는 거에요. 그 속도감과 느낌이…파워포인트의 움직임 속도 제어는 5개밖에 없어요. 매우 빠르게, 빠르게, 보통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런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느낀 경험이란 것이 1초, 2초 이렇게 수치적으로 기억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빨랐다, 느렸다, 그런 식으로 모호하게 느낌으로 기억이 되는 거죠.

기능의 제한됨이지만 수치상이 아닌 말로 모호하게 표현된 점, 아날로그적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선택의 중요한 이유가 된 것인가요?

이 선은 매우 빠르게, 이 사물은 중간으로 해보자,,,식으로 하나하나 맞춰가니 속도감이 제가 느낀 것과 거의 같았어요. 아시다시피 파워포인트는 이 수치적인 타임라인 제어뿐만 아니라 레이어 조차도 없죠. 일일이 제가 흰 도형으로 엎어줘야 해요. 겹칠 수가 없으니 하나 그려놓고 흰 면으로 덮어 다른 것 그리고… 수작업 하는 그런 것이 좋았어요.

작업들을 살펴보면, 특정 장소에 대한 재구성이라던지, 그 공간 안의 사물을 부각시키는 점들이 보입니다.

그 사물의 부각이 제 작업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혼자 산지 오래되어서 어느 순간부터 제 주의의 사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옷을 갈아입고 나가면서 방 한켠에 벗어놓고 나간 바지, 집에 들어왔을 때 불 꺼져있는 상황에서 그것만 유독 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집이라면 엄마가 치웠을 텐데 그냥 덩그러니 놓아져있는. 그런 것들이 서럽기도 하고 강하게 들어오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 방을 그려놓고 그것을 오려 붙여놓고 했었어요. 그런 어느 순간 혼자 있음을 확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모아놓곤 했습니다.

작업들이 대부분 작가 자신의 주위와 관련된 경험과 공간에 대한 것들인데, 유독 방에 집중하시는 이유는 어떤 것인가요?

자신의 방은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이에요. 특히 방의 밤 시간대는 굉장히 신기한 경험을 줍니다. 휴일 주간의 느릿함이라던지 새벽의 분절되어 움직이는 느낌이라던지 말이죠. 시간의 상대성을 많이 느낍니다. 매일 매일 볼 수 밖에 없는 곳. 매일 매일 있다 보니 어제와 오늘이 너무나도 다른 것이 느껴지고,,,혼자 오래 있기에 방에 더더욱 집착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얘기해 주셨듯, 파워 포인트라는 툴을 통해, 아날로그성에 집중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이 느낀 그대로의 것을 담아 전달하시고 계십니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은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일단 미디어의 흐름은 계속 잡되 좀 다양한 실험들을 해보고 싶어요. 가능성은 열려있는데 너무 하나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한쪽에 한계를 결정짓고 나가고 싶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갈 길을 탐구해 나가야죠.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작업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