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Art – 이정민 편, 2011

아트센터 나비 큐레이터 홍승호

 여러분은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십니까? 일반적인 초,중,고 미술수업에서 필자를 비롯하여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필, 스케치북, 물감 같은 기본적인 재료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물론 예술전문학교나 고등교육기관으로 가면서 더욱 진화된 재료나 툴을 가지고 그림을 그릴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인식에서 그림은 연필, 스케치북, 물감을 가지고 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연필 즉 흑연은 500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흑연을 나무에 꽂아서 쓰거나 종이에 말아서 썼다고 한다. 종이는 기원전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며 물감의 기원은 한참 더 올라가서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하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스마트 기기의 등장과 함께 우리는 좀더 대중적이고 편리한 도구를 가지게 되었다. 버스, 지하철, 도서관 등 그 어디가 되었든지 스마트 기기와 함께 그림도 그리고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영화도 만들 수 있다. 필자도 평소 ipad와 iphone을 사용해 그림도 그리고 애니메이션도 만들며 영화도 만들어 본다. 물론 필자는 이와 관련된 어떠한 정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다만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여 취미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이처럼 도구와 실체와 작품의 관계는 서로 경계가 없어졌다.

도구와 실체와 작품의 관계는 이미 ‘뒤샹’이 변기를 내세우며 깨버렸고, 붓을 잡지 않고 마우스와 타블렛을 이용해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많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영화를 찍는 영화감독도 있으며, 수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스마트 기기에 자신의 작품들을 올려놓고 있고 우리는 언제든지 다운 받아서 관람 할 수 있다.

이정민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의미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파워포인트’라는 툴을 써서 작품을 표현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오히려 우리들이 ‘파워포인트’라는 소프트웨어의 정의를 단순하게 ‘발표자료를 만드는 툴’로서 내려버린 것은 아닐까.

과연 누가 ‘파워포인트’라는 소프트웨어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파워포인트 역시 그 소프트웨어 내부에 엄청나게 다양한 기능들이 잠들어 있다. 그 잠들어 있는 기능들을 100% 다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 단순히 ‘발표용 자료’를 만드는 데만 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작품을 관람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정민 작가의 작품을 보며 ‘뭐야 파워포인트잖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아, 작가가 이런 것을 표현하려 했구나.’ 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작품을 통해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통찰해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다양함이야 말로 사람들의 참 모습이고 그 다양함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는 것 또한 작가의 참 모습일 것이다.